사회·경제·지식

추미애 ‘소방 빨대 발언’ | 생각으로 담아둘 말과 공적인 자리에서 꺼내도 될 말은 무엇으로 구분해야 할까.

모아에디터 2026. 10. 20. 19:21

 

 

 소방 예산의 부담을 설명하던 말이 소방관의 존엄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졌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소방 빨대 발언’이다.

 

 이 포스팅에서는 추미애 지사가 실제로 어떤 표현을 썼는지, 발언이 나온 배경은 무엇인지, 이후 어떤 해명과 사과가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 한눈에 보기

구분
핵심 내용
사건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 논란
발언 시점
2026년 10월 13일
발언 장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
발언 배경
소방 재원 확충과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에 관한 질의·답변
논란의 핵심
소방을 재정 소모의 대상으로 묘사한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비판
당사자 설명
소방관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재정구조의 어려움을 설명한 것이라는 입장
이후 대응
10월 17일 순직 소방관 빈소 조문 후 사과

 

■ 왜 화제가 됐는지

 논란의 중심에는 ‘빨대’라는 비유가 있다. 빨대의 사전적 의미는 ‘물 따위를 빨아올리는 데 쓰는 가는 대’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이 단어는 누군가의 자원이나 이익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상황을 묘사할 때 쓰이기도 한다.

 

 추미애 지사는 10월 13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 재원 확충에 관한 질의에 답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

 

 이어 2027년도 소방 인건비로 약 1조 1,000억 원, 사업비로 약 5,000억 원이 들어간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아마도 추미애 지사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 지출인 소방 예산이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되고 있음을 의미하고자 했던 듯하다.

 

 이 발언 후 소방통합공무원노동조합은 소방관의 헌신을 재정 부담으로 폄훼했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조합원들은 경기도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결국 추 지사는 10월 17일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사과했다. 소방관을 낮춰 보려는 의도는 없었으며, 지방재정의 어려움 속에서 소방 인건비와 사업비를 원활하게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 관련 배경: 국가직 소방공무원과 지방재정

 이번 발언의 배경에는 소방공무원의 신분과 재원 부담 사이의 문제가 있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지방정부가 여전히 상당한 부담을 지고 있다. 미래소방연합노동조합도 이 점을 들어 국가의 재정 책임 강화와 국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소방 재정의 어려움을 논의하는 일 자체는 필요하다. 문제는 그 어려움을 어떤 언어로 설명하느냐다. 재원 분담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현장 인력의 역할과 존엄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 에디터's 뷰: 생각으로 담아둘 말과 입 밖으로 내뱉을 말|소방을 ‘빨대’로 표현해서는 안 됐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을 보며 굳이 저런 비유를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정부가 소방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도지사는 그 현실을 설명하고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재정 상황을 공개하고 부담을 조정하는 일은 공직자의 책무에 속한다. 그러나 그러한 설명에 소방을 ‘골치 아픈 재정 빨대’로 묘사하는 표현까지 필요했던 것일까? 재정구조의 문제를 제기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공직자의 발언으로서는 적절하지 못했던 표현이다.

 

 ‘빨대’라는 비유에는 단순히 지출 규모가 크다는 설명을 넘어서는 의미가 담기기 때문이다. 이 표현을 소방에 적용하면 예산의 규모와 분담 방식을 논의하던 문장이 소방의 존재 자체를 부담스럽게 평가하는 말로 들릴 수 있다. 소방 재정의 어려움을 말하려다가 소방 조직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부정적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물론 이 발언만으로 추 지사가 소방관을 경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당 발언은 소방 재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고, 당사자도 소방관을 폄훼할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판 역시 확인된 발언과 맥락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다만, 이 모든 게 표현의 부적절성까지 해소해 주지는 않는다. 공적 발언은 무엇을 의도했는지와 함께, 실제로 어떤 말을 선택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받을 뿐이다.

 

 이번 발언의 문제는 재정 부담을 언급했다는 데 있지 않다. 부담의 원인을 설명하는 방식에 있다. 소방 인건비와 사업비가 많이 든다는 사실만으로 소방이 재정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표현해서는 곤란했다. 필요한 서비스의 규모, 지방정부의 세입 여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담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했는데 말이다. 그래야 청중도 소방의 필요성을 의심하는 대신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도지사는 예산 편성과 행정 운영에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다. 그러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특정 공공서비스를 어떻게 설명하는지는 현장 구성원과 시민에게 중요한 신호가 된다. 가령 “필수적인 소방 인력과 장비를 유지하려면 현재의 재원 분담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혹은 “지방정부의 재정만으로 안정적인 소방 서비스를 뒷받침하기 어려워 국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방법도 있었다. 이런 식의 발언은 재정의 어려움을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문제의 대상을 분명하게 한다.

 

 공직자의 말은 사실을 전달하는 동시에 그 일을 맡은 사람들의 존엄과 정책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빨대’ 발언은 소방과 지방정부의 고질적인 문제의 본질은 뒤로한 채 거친 비유를 선택한 책임만이 부각됐다.

 

「아바야 왕자 경」에 담긴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이 지점을 돌아보게 한다. 경전에서 석가모니는 사실인 말이라도 유익하지 않으면 하지 않으며, 사실이고 유익한 말도 적절한 때를 살펴 말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말의 사실성에 더해 그 말이 가져올 결과와 발언 시점까지 고려하라는 가르침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공직자라면 무엇을 말할 것인지뿐 아니라, 어떤 표현으로 언제 전달할 것인지까지 살펴야 한다. 생각으로 담아둘 말과 공적으로 꺼낼 말을 구분하는 신중함도 공직자의 책임이다. 추미애 도지사가 공직자로서 타인을 가볍게 묘사하는 비유는 마음속에 묻어두고, 공동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설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의도와는 다르게 사정이 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발언자의 의도를 떠나 다른 사람의 경험과 만나고, 때로는 남에게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머릿속에 어떤 표현이 떠올랐을 때 날것 그대로의 말을 내보내기보다는 그 생각을 적절한 표현으로, 그리고 언제 전달할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